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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도

시인: 김기림출처: 기상도발표 연도: 1936초출: 창문사
<제1부 : 세계의 아침>
비늘
돋힌
해협(海峽)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닷가에 ‘사라센’의 비단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傲慢)한 풍경은 바로 오전 칠시(七時)의 절정(絶頂)에 가로누었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香水)를 뿌리는
교당(敎堂)의 녹쓰른 종(鍾)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렴으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국경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본국(本國)에서 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야
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紳士)의 가족들.
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다녀오리다.
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汽笛)에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그 여자의 머리의 오색의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의 지붕에서
수도(首都)로 향하여 떠난다.
… 스마트라의 동쪽. … 5 킬로의 해상(海上) … 일행 감기(感氣)도 없다.
적도(赤道) 가까웁다. … 20일 오전 열 시. …
<제2부 : 시민 행렬>
넥타이를 한 흰 식인종(食人種)은
니그로의 요리(料理)가 칠면조(七面鳥)보다도 좋답니다.
살갈을 희게 하는 점은 고기의 위력(偉力)
의사(醫師) ‘콜베-르’씨의 처방(處方)입니다.
‘헬메트’를 쓴 피서객(避暑客)들은
난잡(亂雜)한 전쟁경기(戰爭競技)에 열중(熱中)했습니다.
슬픈 독창가(獨唱家)인 심판(審判)의 호각(號角)소리
너무 흥분(興奮)하였으므로
내복(內服)민 입은 파씨스트
그러나 이태리(伊太利)에서는
설사제(泄瀉劑)는 일체 금물(禁物)이랍니다.
필경 양복(洋服) 입는 법을 배워낸 송미령여사(宋美齡女史)
아메리카에서는
여자(女子)들은 모두 해수욕(海水浴)을 갔으므로
빈 집에서는 망향가(望鄕歌)를 불으는 니그로와
생쥐가 둘도 없는 동무가 되었습니다.
파리(巴里)의 남편(男便)들은 차라리 오늘도 자살(自殺)의 위생(衛生)에 대하여 생각하여야 하고
옆집의 수만이는 석달만에야
아침부터 지배인(支配人) 영감의 자동차(自動車)를 불으는
지리한 직업(職業)에 취직(就職)하였고,
독재자(獨裁者)는 책상(冊床)을 따리며 오직
‘단연(斷然)히 단연(斷然)히’ 한 개의 부사(副詞)만 발음(發音)하면 그만입니다.
동양(東洋)의 안해들은 사철을 불만(不滿)이니까
배추장사가 그들의 군소리를 담어 가져오기를
어떻게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공원(公園)은 수상(首相) ‘막도날드’씨(氏)가 세계(世界)에 자랑하는
여전(如前)히 실업자(失業者)를 위한 국가적(國家的) 시설(施設)이 되었습니다.
교도(敎徒)들은 언제든지 치일 수 있도록
가장 간편(簡便)한 곳에 성경(聖經)을 얹어 두었습니다.
기도(祈禱)는 죄(罪)를 지을 수 있는 구실(口實)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마님, 한 푼만 적선하세요.
내 얼굴이 요로케 이즈러진 것도
내 팔이 이렇게 부러진 것도
마님과의 말이지 내 어머니의 죄는 아니랍니다.‘
‘쉿! 무명전사(無名戰士)의 기념제행렬(記念祭行列)이다.’
뚜걱 뚜걱 뚜걱……
<제3부 : 태풍의 기침시간(起寢時間)
‘바기오’의 동(東) 쪽
북위(北緯) 15도(度)
푸른 바다의 침상(寢牀)에서
흰 물결의 이불을 차 던지고
내리쏘는 태양(太陽)의 금(金)빛 화살에 얼굴을 얻어맞으며,
남해(南海)의 늦잠재기 적도(赤道)의 심술쟁이
태풍(颱風)이 눈을 떴다.
악어(鰐魚)의 싸흠동무
돌아올 줄 모르는 장거리선수(長距離選手)
화란선장(和蘭船長)의 붉은 수염이 아무래도 싫다는
따곱쟁이
휘둘리는 검은 모락에
찢기어 흩어지는 구름빨
거츠른 숨소리에 소름치는
어족(魚族)들
해만(海灣)을 찾아 숨어드는 물결의 떼
황망히 바다의 장판을 구르며 달른
빗발의 굵은 다리
‘바시’의 어구에서 그는 문득
바위에 걸터앉아 머리수그린
헐벗고 늙은 한 사공(沙工)과 마주쳤다.
흥, ‘옛날에 옛날에 파선(破船)한 사공(沙工)’인가 봐.
결혼식(結婚式) 손님이 없어서 저런게지
‘오 파우스트’
‘어디를 덤비고 가나.’
‘응 북(北)으로.’
‘또 성이 났나?’
‘난 잠잫고 있을 수가 없어 자넨 또 무엇땜에 예까지 왔나?’
‘괴테를 찾어 다니네.’
‘괴테는 자네를 내버리지 않었나.’
‘하지만 그는 내게 생각하라고만 가르쳐 주었지.
어떻게 행동(行動)하라군 가르쳐 주지 않었다네.
나는 지금 그게 가지고 싶으네.‘
흠, 막난이 파우스트
흠, 막난이 파우스트.
중앙기상대(中央氣象臺)의 가사(技師)의 손은
세계(世界)의 1500여(餘) 구석의 지소(支所)에서 오는
전파(電波)를 번역하기에 분주하다.
(第一報)
저기압(低氣壓)의 중심(中心)은
‘발칸’의 동북(東北)
또는
남미(南美)의 고원(高原)에 있어
690밀리
때때로
적은 비 뒤에
큰 비
바람은
서북(西北)의 방향(方向)으로
35미터
(第二報) 폭풍경보(暴風警報)
맹렬(猛烈)한 태풍(颱風)이
남태평야(南太平洋) 상(上)에서
일어나
바야흐로
북진(北進) 중(中)이다.
풍우(風雨) 강(强)할 것이다.
아세아(亞細亞)의 연안(沿岸)을 경계(警戒)한다.
한 사명(使命)에로 편성(編成)된 단파(短波)ㆍ단파(短波)ㆍ장파(長波)단파(短波)ㆍ장파(長波)ㆍ초단파(超短波)ㆍ모-든 전파(電波)의 동원(動員)ㆍ시(市)의 게시판(揭示板)
‘산사(紳士)들은 우비(雨備)와 현금(現金)을 휴대(携帶)함이 좋을 것이다.’
<제4부 : 자최>
‘대(大) 중화민국(中華民國)의 번영(繁榮)을 위하야-’
슬프게 떨리는 유리컵의 쇳소리
거룩한 환담(歡談)의 불구비 속에서
늙은 왕국(王國)의 운명(運命)은 흔들리운다.
‘솔로몬’의 사자(使者)처럼
빨간 술을 빠는 자못 점잖은 입술들
색깜한 옷깃에서
쌩그시 웃는 흰 장미(薔薇)
‘대(大) 중화민국(中華民國)의 분열(分裂)을 위하야-’
찢어지는 휘장 저편에서
갑자기 유리창(窓)이 투덜거린다…….
‘자려므나 자려므나.’
‘꽃 속에 누워서 별에게 안겨서-’
‘쁘람스’처럼 매우 슬픕니다.
꽃은커녕 별도 없는 벤취에서는
꿈들이 바람에 흔들려 소스라쳐 깨었습니다.
하이칼라한 쌘드윗취의 꿈
빈욕(貧慾)한 ‘삐-프스테잌’의 꿈
건방진 ‘햄살라드’의 꿈
비겁한 강낭족의 꿈
‘나리사 나게는 꿈꾼 죄밖에는 없습니다.
식당(食堂)의 문전(門前)에는
천만에, 천만에 간 일이라곤 없습니다.
‘…………’
‘나리 저건 묵시록(黙示錄)의 기사(騎士)ㅂ니까.’
산빨이 소름 친다.
바다가 몸부림 친다.
휘청거리는ㄴ 전주(電柱)의 미끈한 다리
여객기(旅客機)는 태풍(颱風)ㅡ이 깃을 피하야
성층권(成層圈)으로 소스라쳐 올라갔다.
경련(痙攣)하는 아세아(亞細亞)의 머리 우에 흐터지는 전파(電波)의 분수(噴水) 분수(噴水)
고국(故國)으로 몰려가는 충실(充實)한 에-텔의 아들들
국무경(國務卿) ‘양키’씨는 수화기(受話器)를 내던지고
창고(倉庫)의 층층계를 굴러 떨어진다.
실로 한모금의 소-다수(水)
혹은 아모러치도 아니한 ‘이놈’ 소리와 바꾼 증권(證券)들 우에서
붉은 수염이 쓰게 웃었다.
‘워싱톤은 가르치기를 정직(正直)하여라.’
십자가(十字架)를 높이 들고
동란(動亂)에 향하야 귀를 틀어막던
교회당(敎會堂)에서는
‘하느님이여 카나안으로 이르는 길은
어느 불ㅅ길 속으로 뚤렸습니까.‘
기도(祈禱)의 중품에서 예배(禮拜)는 멈춰섰다.
아모도 ‘아-멘’을 채 말하기 전에
문(門)으로 문(門)을 쏟아진다……
도서관(圖書館)에서는
사람들은 거꾸로 서는 ‘소크라테쓰’를 박수(拍手)합니다.
생도(生徒)들은 ‘헤-겔’의 서투른 산술(算術)에 아주 탄복(歎服)하빈다.
어저께의 동지(同志)를 강변(江邊)으로 보내기 이하야
자못 변화자재(變化自在)한 형법상(刑法上)의 조건(條件)이 조사(調査)됩니다.
교수(敎授)는 지전(紙錢) 우에 인쇄(印刷)된 박사논문(博士論文)을 낭독(朗讀)합니다.
‘녹크도 없는 손님은 누구냐.’
‘…………’
‘대답이 없는 놈은 누구냐.’
‘………’
‘예의(禮儀)는 지켜야 할 것이다.’
떨리는 조계선(租界線)에서
하도 심심한 보초(步哨)는 한 불란서(佛蘭西) 부인(婦人)을 멈춰 세웠으나,
어느새 그는 그 여자(女子)의 스카-트 밑에 있었습니다.
‘베레’ 그늘에서 취한 입술이 박애주의자(博愛主義者)의 웃음을 웃었습니다.
붕산(硼酸) 냄새에 얼빠진 화류가(花柳街)에는
매약회사(賣藥會社)의 광고지(廣告紙)들
이즈러진 알미늄 대야
담뱃집 창고(倉庫)에서
썩은 고무 냄새가 분향(焚香)을 피운다.
지붕을 베끼운 골목 우에서
쫓겨난 공자(孔子)님이 잉잉 울고 섰다.
자동차(自動車)가 돌을 차고 넘어진다.
전차(電車)가 개울에 쓰러진다.
‘삘딩’의 숲 속
네거리의 골짝에 몰켜든 검은 대가리들의 하수도(下水道)
멱처럼 허우적이는 가-느다란 팔들
구원(救援) 대신에 허공(虛空)을 부짭은 지치인 노력(努力)
흔들리우는 어깨의 물결
불자동차(自動車)의
날랜 ‘사이렌’의 날이
선뜻 무딘 동란(動亂)을 잘르고 지나갔다.
입마다 불길을 뿜는
마천루(摩天樓)의 턱을 어루만지는 분수(噴水)의 바알
어깨가 떨어진 ‘마르코 폴로’의 동상(銅像)이 혼자
네거리의 복판에 가로 서서
군중(群衆)을 호령(號令)하고 싶으나,
모가지가 없습니다.
‘라디오 비-큰’에 걸린
비행기(飛行機)의 부러진 죽지
골작을 거꾸로 자빠져 흐르는 비석9碑石)의 폭포(瀑布)
‘소집령(召集令)도 끝나기 전에 호적부(戶籍簿)를 어쩐담.’
‘그보다는 필요(必要)한 납세부(納稅簿)’
‘그보다도 봉급표(俸給表)를’
‘그렇지만 출근부(出勤簿)는 없어지는 게 좋아.’
날마다 갈리는 공사(公使)의 행렬(行列)
승마구락부(乘馬俱樂部)의 말발굽 소리
‘홀’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자동차(自動車)의 고무바퀴들
묵서가행(墨西哥行)의 ‘쿠리’들의 ‘투레기’
자못 가벼운 두 쌍의 ‘키드’와 ‘하이힐’
몇 개의 세대(世代)가 뒤섞이어 밟고 간 해안(海岸)의 가도(街道)는
깨어진 벽돌조각과
부서진 유리조각에 얻어맞아서
꼬부라져 자빠져 있다.
날마다 홍혼(黃昏)이 쳐여주는
전등(電燈)의 훈장(勳章)을 번쩍이며
세기(世紀)의 밤중에 버티고 일어섰던
오만(傲慢)한 도시(都市)를 함부로 뒤져놓고
태풍(颱風)은 휘파람을 높이 불며
황하강변(黃河江邊)으로 비꼬며 간다.………
<제5부 : 병(病) 든 풍경>
보랏빛 구름으로 선을 들른
회색(灰色)의 칸바쓰를 등지고
꾸겨진 빨래처럼
바다는
산맥(山脈)의 돌단(突端)에 걸려 퍼덕인다.
삐뚤어진 성벽(城壁) 우에
부러진 소나무 하나……
지치인 바람은 지금
표백(漂白)인 풍경(風景) 속을
썩은 탄식(歎息)처럼
부두(埠頭)를 넘어서
찢어진 바다의 치맛자락을 걷우면서
화석(化石)된 벼래의 뺨을 어루만지며
주린 강아지처럼 비틀거리며 지나간다.
바위 틈에 엎디어
죽지를 드리운 물새 한 마리
물결을 베고 자는
꺼질 줄 모르는 향수(鄕愁)
짓밟혀 느러진 백사장(白沙場) 우에
매맞어 검푸른 빠나나 껍질 하나
부프러올은 구두 한 짝을
물결이 차 던지고 돌아갔다.
해만(海灣)은 또 하나
슬픈 전설(傳說)을 삼켰나 보다.
황혼(黃昏)이 입혀주는
회색(灰色)의 수의(囚衣)를 감고
물결은 바다가 타는 장송곡(葬送曲)에 맞추어
병(病) 든 하루의 임종(臨終)을 춘다.……
섬을 부둥켜안는
안타까운 팔
바위를 차는 날랜 발길
모래를 스치는 조심스런 발꾸락
부두(埠頭)에 엎드려서
축대(築臺)를 어루만지는
간엷힌 손길
붉은 향기(香氣)를 떨어버린
해당화(海棠花)의 섬에서는
참새들의 이야기도 꺼져 버렸고
먼 등대(燈臺) 부근에는
등불도 별들도 피지 않았다.……
<제6부 : 올빼미의 주문(呪文)>
태풍(颱風)은 네거리와 공원(公園)과 시장(市場)에서
몬지와 휴지(休紙)와 캐베지와 연지(臙脂)와
연애(戀愛)의 유향(流行)을 쫓아버렸다.
헝크러진 거리를 이 구석 저 구석
혓바닥으로 뒤지며 다니는 밤바람
어둠에게 벌거벗은 등을 씻기우면서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전선주(電線柱)
엎드린 모래벌의 허리에서는 물결이 가끔 흰 머리채를 추어든다.
요란스럽게 마시고 지껄이고 떠들고 돌아간 뒤에
테블 우에는 깨어진 진(盞)들과
함부로 지꾸어진 방명록(芳名錄)과……
아마도 서명(署名)만 하기 위하여 온 것처럼
총총히 펜을 던지고 객(客)들은 돌아갔다.
이윽고 기억(記憶)들도 그 이름들을
마치 때와 같이 총총히 빨아버릴 게다.
나는 갑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도망할 자세를 가춘다, 길이 없다
돌아서 등불을 비틀어 죽인다.
그는 비둘기처럼 거짓말쟁이였다.
황홀한 불빛의 영화(榮華)의 그늘에는
몸을 조려없애는 기름의 십자가(十字架)가 있음을
등불도 비둘기도 말한 일이 없다.
나는 신자(信者)의 숭내를 내서 무릎을 꿀어본다.
믿을 수 있는 신(神)이나 모신 것처럼
다음에는 기(旗)빨처럼 호화롭게 웃어버린다.
대체 이 피곤(疲困)을 피할 하룻밤 주막(酒幕)은
‘아라비아’의 ‘아라스카’의 어느 가시밭에도 없느냐.
연애(戀愛)와 같이 싱겁게 나를 떠난 희망(希望)은
지금 또 어디서 복수(復讐)를 준비하고 있느냐.
나의 머리에 별의 꽃다발을 두었다가
거두어간 것은 누구의 변덕이냐.
밤이 간 뒤에 새벽이 온다는 우주9宇宙)의 법칙(法則)은
누구의 실없는 장난이냐.
동방(東方)의 전설(傳說)처럼 믿을 수 없는
아마도 실패(失敗)한 실험(實驗)이냐.
너는 애급(埃及)에서 돌아온 ‘씨-자’냐.
너의 주둥아리는 진정 독수리냐.
너는 날개 돋친 흰 구름의 종족(種族)이냐.
너는 도야지처럼 기름지냐.
너의 숨소리는 바다와 같이 너그러우냐.
너는 과연(果然) 천사(天使)의 가족(家族)이냐.
귀 먹은 어둠의 철문(鐵門) 저 편에서
바람이 터덜터덜 웃나보다.
어느 헝크러진 수풀에서
부엉이가 목쉰 소리로 껄껄 웃나보다.
내일(來日)이 없는 칼렌다를 쳐다보는
너의 눈동자는 어쩐지 별보다 이쁘지 못하고나.
도시 십구세기(十九世紀)처럼 흥분(興奮)할 수 없는 너
어둠이 잠긴 지평선(地平線) 너머는
다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음악(音樂)은 바다 밑에 파묻힌 오래인 옛말처럼 춤추지 않고
수풀 속에서는 전설(傳說)이 도무지 슬프지 않다.
페이지를 번지건만 너멋장에는 결론(結論)이 없다.
모퉁이에 혼자 남은 가로등(街路燈)은
마음은 슬퍼서 느껴서 우나.
부릅뜬 눈에 눈물이 없다.
거츠른 발자취들이 구르고 지나갈 때에
담벼락에 달러붙는 나의 숨소리는
생쥐보다도 커본 일이 없다.
강아지처럼 거리를 기웃거리다가도
강아지처럼 얻어맞고 발길에 채어 돌아왔다.
나는 참말이지 산량(善良)하려는 악마(惡魔)다.
될 수만 있으면 신(神)이고 싶은 짐승이다.
그렇건만 밤아 너의 썩은 바줄은
왜 이다지도 내 몸에 깊이 친절(親切)하냐.
무너진 축대(築臺)의 근방에서는
바다가 또 아름다운 알음소리를 치나보다.
그믐밤 물결의 노래에 취할 수 있는
‘타골’의 귀는 응당 소라처럼 행복(幸福)스러울 게다.
어머니 어머니의 무덤에 마이크를 가져갈까요.
사랑스러운 해골(骸骨) 옛날의 자장가를 기억해내서
병신 된 나의 귀에 불러주려우.
자장가도 부를 줄 모르는 바보인 바다.
바다는 다만
어둠에 반란(反亂)하는
영원(永遠)한 불평가(不平家)다.
바다는 자꾸만
헌 이빨로 밤을 깨문다.
<제7부 : 쇠바퀴의 노래>
하나
이윽고
태풍(颱風)이 짓밟고 간 깨어진 ‘메트로폴리스’에
어린 태양(太陽)이 병아리처럼
홰를 치며 일어날게다.
하룻밤 그 꿈을 건너다니던
수없는 놀램과 소름을 떨어버리고
이슬에 젖은 날개를 하늘로 펼게다.
탄탄한 대로(大路)가 희망(希望)처럼
저 머언 지평선(地平線)에 뻗히면
우리도 사륜마차(四輪馬車)에 내일(來日)을 싣고
유량한 말발굽 소리를 울리면서
처음 맞는 새 길을 떠나갈게다.
밤인 까닭에 더욱 마음달리는
저 머언 태양(太陽)의 고향(故鄕)
끝없는 들 언덕 위에서
나는 ‘데모스테네스’보다도 수다스러울 게다.
나는 거기서 채찍을 꺾어버리고
망아지처럼 사랑하고 망아지처럼 뛰놀게다.
마음에 타는 일이 없을 나의 눈동자는
진주(眞珠)보다도 더 맑은 샛별
나는 내 속에 엎드린 산양(山羊)을 몰아내고
여우와 같이 깨끗하게
누이들과 친(親)할게다.
나의 생활(生活)은 나의 장미(薔薇)
어디서 시작한 줄도
언제 끝날 줄도 모르는 나는
꺼질 줄이 없이 불타는 태양(太陽)
대지(大地)의 뿌리에서 지열(地熱)을 마시고
떨치고 일어날 나는 불사조(不死鳥)
예지(叡智)의 날개를 등에 붙인 나의 날음은
태양(太陽)처럼 우주9宇宙)를 덮을게다.
아름다운 행동(行動)에서 빛처럼 스스로
피어나는 법칙(法則)에 인도(引導)되어
나의 날음은 즐거운 궤도(軌道) 우에
끝없이 달리는 쇠바퀴다.
벗아
태양(太陽)처럼 우리는 사나웁고
태양(太陽)처럼 제 빛 속에 그늘을 감추고
태양(太陽)처럼 슬픔을 삼켜버리자.
태양(太陽)처럼 어둠을 살워버리자.
다음날
기상대(氣象臺)의 마스트엔
구름조각 같은 흰 기(旗)폭이 휘날릴게다.
(폭풍경보해제(暴風警報解除))
쾌청(快晴)
저기압(低氣壓)은 저 머언
시베리아의 근방에 사라졌고
태평양(太平洋)의 연안(沿岸)서도
고기압(高氣壓)은 흩어졌다.
흐림도 소낙비도
폭풍(暴風)도 장마도 지나갔고
내일(來日)도 모레도
날씨는 좋을 게다.
 
(시(市)의 게시판(揭示板))
시민(市民)은
우울과 질투와 분노와
끝없는 탄식과
원한의 장마에 곰팡이 낀
추근한 우비(雨備)를랑 벗어버리고
날개와 같이 가벼운
태양(太陽)의 옷을 갈아 입어도 좋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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