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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도

시인: 김기림작품: 기상도발표: 1936초출: 창문사검수: draft

시 전문

1<제1부 : 세계의 아침>
2비늘
3돋힌
4해협(海峽)은
5배암의 잔등
6처럼 살아났고
7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8
9바람은 바닷가에 ‘사라센’의 비단폭처럼 미끄러웁고
10오만(傲慢)한 풍경은 바로 오전 칠시(七時)의 절정(絶頂)에 가로누었다.
11
12헐덕이는 들 우에
13늙은 향수(香水)를 뿌리는
14교당(敎堂)의 녹쓰른 종(鍾)소리.
15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렴으나.
16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17
18국경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19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20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21차창마다
22‘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23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24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25
26본국(本國)에서 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야
27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紳士)의 가족들.
28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다녀오리다.
29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汽笛)에 맡기고
30자리로 돌아간다.
31
32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33그 여자의 머리의 오색의 리본
34전서구(傳書鳩)들은
35선실의 지붕에서
36수도(首都)로 향하여 떠난다.
37… 스마트라의 동쪽. … 5 킬로의 해상(海上) … 일행 감기(感氣)도 없다.
38적도(赤道) 가까웁다. … 20일 오전 열 시. …
39
40<제2부 : 시민 행렬>
41넥타이를 한 흰 식인종(食人種)은
42니그로의 요리(料理)가 칠면조(七面鳥)보다도 좋답니다.
43살갈을 희게 하는 점은 고기의 위력(偉力)
44의사(醫師) ‘콜베-르’씨의 처방(處方)입니다.
45‘헬메트’를 쓴 피서객(避暑客)들은
46난잡(亂雜)한 전쟁경기(戰爭競技)에 열중(熱中)했습니다.
47슬픈 독창가(獨唱家)인 심판(審判)의 호각(號角)소리
48너무 흥분(興奮)하였으므로
49내복(內服)민 입은 파씨스트
50그러나 이태리(伊太利)에서는
51설사제(泄瀉劑)는 일체 금물(禁物)이랍니다.
52필경 양복(洋服) 입는 법을 배워낸 송미령여사(宋美齡女史)
53아메리카에서는
54여자(女子)들은 모두 해수욕(海水浴)을 갔으므로
55빈 집에서는 망향가(望鄕歌)를 불으는 니그로와
56생쥐가 둘도 없는 동무가 되었습니다.
57파리(巴里)의 남편(男便)들은 차라리 오늘도 자살(自殺)의 위생(衛生)에 대하여 생각하여야 하고
58옆집의 수만이는 석달만에야
59아침부터 지배인(支配人) 영감의 자동차(自動車)를 불으는
60지리한 직업(職業)에 취직(就職)하였고,
61독재자(獨裁者)는 책상(冊床)을 따리며 오직
62‘단연(斷然)히 단연(斷然)히’ 한 개의 부사(副詞)만 발음(發音)하면 그만입니다.
63동양(東洋)의 안해들은 사철을 불만(不滿)이니까
64배추장사가 그들의 군소리를 담어 가져오기를
65어떻게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66공원(公園)은 수상(首相) ‘막도날드’씨(氏)가 세계(世界)에 자랑하는
67여전(如前)히 실업자(失業者)를 위한 국가적(國家的) 시설(施設)이 되었습니다.
68교도(敎徒)들은 언제든지 치일 수 있도록
69가장 간편(簡便)한 곳에 성경(聖經)을 얹어 두었습니다.
70
71기도(祈禱)는 죄(罪)를 지을 수 있는 구실(口實)이 되었습니다.
72‘감사합니다.’
73‘아-멘’
74‘감사합니다 마님, 한 푼만 적선하세요.
75내 얼굴이 요로케 이즈러진 것도
76내 팔이 이렇게 부러진 것도
77마님과의 말이지 내 어머니의 죄는 아니랍니다.‘
78‘쉿! 무명전사(無名戰士)의 기념제행렬(記念祭行列)이다.’
79뚜걱 뚜걱 뚜걱……
80
81<제3부 : 태풍의 기침시간(起寢時間)
82‘바기오’의 동(東) 쪽
83북위(北緯) 15도(度)
84
85푸른 바다의 침상(寢牀)에서
86흰 물결의 이불을 차 던지고
87내리쏘는 태양(太陽)의 금(金)빛 화살에 얼굴을 얻어맞으며,
88남해(南海)의 늦잠재기 적도(赤道)의 심술쟁이
89태풍(颱風)이 눈을 떴다.
90악어(鰐魚)의 싸흠동무
91돌아올 줄 모르는 장거리선수(長距離選手)
92화란선장(和蘭船長)의 붉은 수염이 아무래도 싫다는
93따곱쟁이
94휘둘리는 검은 모락에
95찢기어 흩어지는 구름빨
96거츠른 숨소리에 소름치는
97어족(魚族)들
98해만(海灣)을 찾아 숨어드는 물결의 떼
99황망히 바다의 장판을 구르며 달른
100빗발의 굵은 다리
101‘바시’의 어구에서 그는 문득
102바위에 걸터앉아 머리수그린
103헐벗고 늙은 한 사공(沙工)과 마주쳤다.
104흥, ‘옛날에 옛날에 파선(破船)한 사공(沙工)’인가 봐.
105결혼식(結婚式) 손님이 없어서 저런게지
106‘오 파우스트’
107‘어디를 덤비고 가나.’
108‘응 북(北)으로.’
109‘또 성이 났나?’
110‘난 잠잫고 있을 수가 없어 자넨 또 무엇땜에 예까지 왔나?’
111‘괴테를 찾어 다니네.’
112‘괴테는 자네를 내버리지 않었나.’
113‘하지만 그는 내게 생각하라고만 가르쳐 주었지.
114어떻게 행동(行動)하라군 가르쳐 주지 않었다네.
115나는 지금 그게 가지고 싶으네.‘
116흠, 막난이 파우스트
117흠, 막난이 파우스트.
118중앙기상대(中央氣象臺)의 가사(技師)의 손은
119세계(世界)의 1500여(餘) 구석의 지소(支所)에서 오는
120전파(電波)를 번역하기에 분주하다.
121(第一報)
122저기압(低氣壓)의 중심(中心)은
123‘발칸’의 동북(東北)
124또는
125남미(南美)의 고원(高原)에 있어
126690밀리
127때때로
128적은 비 뒤에
129큰 비
130바람은
131서북(西北)의 방향(方向)으로
13235미터
133(第二報) 폭풍경보(暴風警報)
134맹렬(猛烈)한 태풍(颱風)이
135남태평야(南太平洋) 상(上)에서
136일어나
137바야흐로
138북진(北進) 중(中)이다.
139풍우(風雨) 강(强)할 것이다.
140아세아(亞細亞)의 연안(沿岸)을 경계(警戒)한다.
141한 사명(使命)에로 편성(編成)된 단파(短波)ㆍ단파(短波)ㆍ장파(長波)단파(短波)ㆍ장파(長波)ㆍ초단파(超短波)ㆍ모-든 전파(電波)의 동원(動員)ㆍ시(市)의 게시판(揭示板)
142‘산사(紳士)들은 우비(雨備)와 현금(現金)을 휴대(携帶)함이 좋을 것이다.’
143
144<제4부 : 자최>
145‘대(大) 중화민국(中華民國)의 번영(繁榮)을 위하야-’
146슬프게 떨리는 유리컵의 쇳소리
147거룩한 환담(歡談)의 불구비 속에서
148늙은 왕국(王國)의 운명(運命)은 흔들리운다.
149‘솔로몬’의 사자(使者)처럼
150빨간 술을 빠는 자못 점잖은 입술들
151색깜한 옷깃에서
152쌩그시 웃는 흰 장미(薔薇)
153‘대(大) 중화민국(中華民國)의 분열(分裂)을 위하야-’
154찢어지는 휘장 저편에서
155갑자기 유리창(窓)이 투덜거린다…….
156
157‘자려므나 자려므나.’
158‘꽃 속에 누워서 별에게 안겨서-’
159‘쁘람스’처럼 매우 슬픕니다.
160꽃은커녕 별도 없는 벤취에서는
161꿈들이 바람에 흔들려 소스라쳐 깨었습니다.
162하이칼라한 쌘드윗취의 꿈
163빈욕(貧慾)한 ‘삐-프스테잌’의 꿈
164건방진 ‘햄살라드’의 꿈
165비겁한 강낭족의 꿈
166‘나리사 나게는 꿈꾼 죄밖에는 없습니다.
167식당(食堂)의 문전(門前)에는
168천만에, 천만에 간 일이라곤 없습니다.
169‘…………’
170‘나리 저건 묵시록(黙示錄)의 기사(騎士)ㅂ니까.’
171
172산빨이 소름 친다.
173바다가 몸부림 친다.
174휘청거리는ㄴ 전주(電柱)의 미끈한 다리
175여객기(旅客機)는 태풍(颱風)ㅡ이 깃을 피하야
176성층권(成層圈)으로 소스라쳐 올라갔다.
177경련(痙攣)하는 아세아(亞細亞)의 머리 우에 흐터지는 전파(電波)의 분수(噴水) 분수(噴水)
178고국(故國)으로 몰려가는 충실(充實)한 에-텔의 아들들
179국무경(國務卿) ‘양키’씨는 수화기(受話器)를 내던지고
180창고(倉庫)의 층층계를 굴러 떨어진다.
181실로 한모금의 소-다수(水)
182혹은 아모러치도 아니한 ‘이놈’ 소리와 바꾼 증권(證券)들 우에서
183붉은 수염이 쓰게 웃었다.
184‘워싱톤은 가르치기를 정직(正直)하여라.’
185
186십자가(十字架)를 높이 들고
187동란(動亂)에 향하야 귀를 틀어막던
188교회당(敎會堂)에서는
189‘하느님이여 카나안으로 이르는 길은
190어느 불ㅅ길 속으로 뚤렸습니까.‘
191기도(祈禱)의 중품에서 예배(禮拜)는 멈춰섰다.
192아모도 ‘아-멘’을 채 말하기 전에
193문(門)으로 문(門)을 쏟아진다……
194도서관(圖書館)에서는
195사람들은 거꾸로 서는 ‘소크라테쓰’를 박수(拍手)합니다.
196생도(生徒)들은 ‘헤-겔’의 서투른 산술(算術)에 아주 탄복(歎服)하빈다.
197어저께의 동지(同志)를 강변(江邊)으로 보내기 이하야
198자못 변화자재(變化自在)한 형법상(刑法上)의 조건(條件)이 조사(調査)됩니다.
199교수(敎授)는 지전(紙錢) 우에 인쇄(印刷)된 박사논문(博士論文)을 낭독(朗讀)합니다.
200‘녹크도 없는 손님은 누구냐.’
201‘…………’
202‘대답이 없는 놈은 누구냐.’
203‘………’
204‘예의(禮儀)는 지켜야 할 것이다.’
205떨리는 조계선(租界線)에서
206하도 심심한 보초(步哨)는 한 불란서(佛蘭西) 부인(婦人)을 멈춰 세웠으나,
207어느새 그는 그 여자(女子)의 스카-트 밑에 있었습니다.
208‘베레’ 그늘에서 취한 입술이 박애주의자(博愛主義者)의 웃음을 웃었습니다.
209붕산(硼酸) 냄새에 얼빠진 화류가(花柳街)에는
210매약회사(賣藥會社)의 광고지(廣告紙)들
211이즈러진 알미늄 대야
212담뱃집 창고(倉庫)에서
213썩은 고무 냄새가 분향(焚香)을 피운다.
214지붕을 베끼운 골목 우에서
215쫓겨난 공자(孔子)님이 잉잉 울고 섰다.
216자동차(自動車)가 돌을 차고 넘어진다.
217전차(電車)가 개울에 쓰러진다.
218‘삘딩’의 숲 속
219네거리의 골짝에 몰켜든 검은 대가리들의 하수도(下水道)
220멱처럼 허우적이는 가-느다란 팔들
221구원(救援) 대신에 허공(虛空)을 부짭은 지치인 노력(努力)
222흔들리우는 어깨의 물결
223
224불자동차(自動車)의
225날랜 ‘사이렌’의 날이
226선뜻 무딘 동란(動亂)을 잘르고 지나갔다.
227입마다 불길을 뿜는
228마천루(摩天樓)의 턱을 어루만지는 분수(噴水)의 바알
229어깨가 떨어진 ‘마르코 폴로’의 동상(銅像)이 혼자
230네거리의 복판에 가로 서서
231군중(群衆)을 호령(號令)하고 싶으나,
232모가지가 없습니다.
233‘라디오 비-큰’에 걸린
234비행기(飛行機)의 부러진 죽지
235골작을 거꾸로 자빠져 흐르는 비석9碑石)의 폭포(瀑布)
236‘소집령(召集令)도 끝나기 전에 호적부(戶籍簿)를 어쩐담.’
237‘그보다는 필요(必要)한 납세부(納稅簿)’
238‘그보다도 봉급표(俸給表)를’
239‘그렇지만 출근부(出勤簿)는 없어지는 게 좋아.’
240
241날마다 갈리는 공사(公使)의 행렬(行列)
242승마구락부(乘馬俱樂部)의 말발굽 소리
243‘홀’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자동차(自動車)의 고무바퀴들
244묵서가행(墨西哥行)의 ‘쿠리’들의 ‘투레기’
245자못 가벼운 두 쌍의 ‘키드’와 ‘하이힐’
246몇 개의 세대(世代)가 뒤섞이어 밟고 간 해안(海岸)의 가도(街道)는
247깨어진 벽돌조각과
248부서진 유리조각에 얻어맞아서
249꼬부라져 자빠져 있다.
250
251날마다 홍혼(黃昏)이 쳐여주는
252전등(電燈)의 훈장(勳章)을 번쩍이며
253세기(世紀)의 밤중에 버티고 일어섰던
254오만(傲慢)한 도시(都市)를 함부로 뒤져놓고
255태풍(颱風)은 휘파람을 높이 불며
256황하강변(黃河江邊)으로 비꼬며 간다.………
257
258<제5부 : 병(病) 든 풍경>
259보랏빛 구름으로 선을 들른
260회색(灰色)의 칸바쓰를 등지고
261꾸겨진 빨래처럼
262바다는
263산맥(山脈)의 돌단(突端)에 걸려 퍼덕인다.
264
265삐뚤어진 성벽(城壁) 우에
266부러진 소나무 하나……
267지치인 바람은 지금
268표백(漂白)인 풍경(風景) 속을
269썩은 탄식(歎息)처럼
270부두(埠頭)를 넘어서
271찢어진 바다의 치맛자락을 걷우면서
272화석(化石)된 벼래의 뺨을 어루만지며
273주린 강아지처럼 비틀거리며 지나간다.
274바위 틈에 엎디어
275죽지를 드리운 물새 한 마리
276물결을 베고 자는
277꺼질 줄 모르는 향수(鄕愁)
278짓밟혀 느러진 백사장(白沙場) 우에
279매맞어 검푸른 빠나나 껍질 하나
280부프러올은 구두 한 짝을
281물결이 차 던지고 돌아갔다.
282해만(海灣)은 또 하나
283슬픈 전설(傳說)을 삼켰나 보다.
284황혼(黃昏)이 입혀주는
285회색(灰色)의 수의(囚衣)를 감고
286물결은 바다가 타는 장송곡(葬送曲)에 맞추어
287병(病) 든 하루의 임종(臨終)을 춘다.……
288섬을 부둥켜안는
289안타까운 팔
290바위를 차는 날랜 발길
291모래를 스치는 조심스런 발꾸락
292부두(埠頭)에 엎드려서
293축대(築臺)를 어루만지는
294간엷힌 손길
295
296붉은 향기(香氣)를 떨어버린
297해당화(海棠花)의 섬에서는
298참새들의 이야기도 꺼져 버렸고
299먼 등대(燈臺) 부근에는
300등불도 별들도 피지 않았다.……
301
302<제6부 : 올빼미의 주문(呪文)>
303태풍(颱風)은 네거리와 공원(公園)과 시장(市場)에서
304몬지와 휴지(休紙)와 캐베지와 연지(臙脂)와
305연애(戀愛)의 유향(流行)을 쫓아버렸다.
306
307헝크러진 거리를 이 구석 저 구석
308혓바닥으로 뒤지며 다니는 밤바람
309어둠에게 벌거벗은 등을 씻기우면서
310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전선주(電線柱)
311엎드린 모래벌의 허리에서는 물결이 가끔 흰 머리채를 추어든다.
312요란스럽게 마시고 지껄이고 떠들고 돌아간 뒤에
313테블 우에는 깨어진 진(盞)들과
314함부로 지꾸어진 방명록(芳名錄)과……
315아마도 서명(署名)만 하기 위하여 온 것처럼
316총총히 펜을 던지고 객(客)들은 돌아갔다.
317이윽고 기억(記憶)들도 그 이름들을
318마치 때와 같이 총총히 빨아버릴 게다.
319
320나는 갑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321도망할 자세를 가춘다, 길이 없다
322돌아서 등불을 비틀어 죽인다.
323그는 비둘기처럼 거짓말쟁이였다.
324황홀한 불빛의 영화(榮華)의 그늘에는
325
326몸을 조려없애는 기름의 십자가(十字架)가 있음을
327등불도 비둘기도 말한 일이 없다.
328
329나는 신자(信者)의 숭내를 내서 무릎을 꿀어본다.
330믿을 수 있는 신(神)이나 모신 것처럼
331다음에는 기(旗)빨처럼 호화롭게 웃어버린다.
332대체 이 피곤(疲困)을 피할 하룻밤 주막(酒幕)은
333‘아라비아’의 ‘아라스카’의 어느 가시밭에도 없느냐.
334연애(戀愛)와 같이 싱겁게 나를 떠난 희망(希望)은
335지금 또 어디서 복수(復讐)를 준비하고 있느냐.
336나의 머리에 별의 꽃다발을 두었다가
337거두어간 것은 누구의 변덕이냐.
338밤이 간 뒤에 새벽이 온다는 우주9宇宙)의 법칙(法則)은
339누구의 실없는 장난이냐.
340동방(東方)의 전설(傳說)처럼 믿을 수 없는
341아마도 실패(失敗)한 실험(實驗)이냐.
342너는 애급(埃及)에서 돌아온 ‘씨-자’냐.
343너의 주둥아리는 진정 독수리냐.
344너는 날개 돋친 흰 구름의 종족(種族)이냐.
345너는 도야지처럼 기름지냐.
346너의 숨소리는 바다와 같이 너그러우냐.
347너는 과연(果然) 천사(天使)의 가족(家族)이냐.
348
349귀 먹은 어둠의 철문(鐵門) 저 편에서
350바람이 터덜터덜 웃나보다.
351어느 헝크러진 수풀에서
352부엉이가 목쉰 소리로 껄껄 웃나보다.
353
354내일(來日)이 없는 칼렌다를 쳐다보는
355너의 눈동자는 어쩐지 별보다 이쁘지 못하고나.
356도시 십구세기(十九世紀)처럼 흥분(興奮)할 수 없는 너
357어둠이 잠긴 지평선(地平線) 너머는
358다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359
360음악(音樂)은 바다 밑에 파묻힌 오래인 옛말처럼 춤추지 않고
361수풀 속에서는 전설(傳說)이 도무지 슬프지 않다.
362페이지를 번지건만 너멋장에는 결론(結論)이 없다.
363모퉁이에 혼자 남은 가로등(街路燈)은
364마음은 슬퍼서 느껴서 우나.
365부릅뜬 눈에 눈물이 없다.
366
367거츠른 발자취들이 구르고 지나갈 때에
368담벼락에 달러붙는 나의 숨소리는
369생쥐보다도 커본 일이 없다.
370강아지처럼 거리를 기웃거리다가도
371강아지처럼 얻어맞고 발길에 채어 돌아왔다.
372
373나는 참말이지 산량(善良)하려는 악마(惡魔)다.
374될 수만 있으면 신(神)이고 싶은 짐승이다.
375그렇건만 밤아 너의 썩은 바줄은
376왜 이다지도 내 몸에 깊이 친절(親切)하냐.
377무너진 축대(築臺)의 근방에서는
378바다가 또 아름다운 알음소리를 치나보다.
379그믐밤 물결의 노래에 취할 수 있는
380‘타골’의 귀는 응당 소라처럼 행복(幸福)스러울 게다.
381
382어머니 어머니의 무덤에 마이크를 가져갈까요.
383사랑스러운 해골(骸骨) 옛날의 자장가를 기억해내서
384병신 된 나의 귀에 불러주려우.
385자장가도 부를 줄 모르는 바보인 바다.
386
387바다는 다만
388어둠에 반란(反亂)하는
389영원(永遠)한 불평가(不平家)다.
390
391바다는 자꾸만
392헌 이빨로 밤을 깨문다.
393
394<제7부 : 쇠바퀴의 노래>
395하나
396이윽고
397태풍(颱風)이 짓밟고 간 깨어진 ‘메트로폴리스’에
398어린 태양(太陽)이 병아리처럼
399홰를 치며 일어날게다.
400하룻밤 그 꿈을 건너다니던
401수없는 놀램과 소름을 떨어버리고
402이슬에 젖은 날개를 하늘로 펼게다.
403탄탄한 대로(大路)가 희망(希望)처럼
404저 머언 지평선(地平線)에 뻗히면
405우리도 사륜마차(四輪馬車)에 내일(來日)을 싣고
406유량한 말발굽 소리를 울리면서
407처음 맞는 새 길을 떠나갈게다.
408밤인 까닭에 더욱 마음달리는
409저 머언 태양(太陽)의 고향(故鄕)
410끝없는 들 언덕 위에서
411나는 ‘데모스테네스’보다도 수다스러울 게다.
412나는 거기서 채찍을 꺾어버리고
413망아지처럼 사랑하고 망아지처럼 뛰놀게다.
414마음에 타는 일이 없을 나의 눈동자는
415진주(眞珠)보다도 더 맑은 샛별
416나는 내 속에 엎드린 산양(山羊)을 몰아내고
417여우와 같이 깨끗하게
418누이들과 친(親)할게다.
419
420나의 생활(生活)은 나의 장미(薔薇)
421어디서 시작한 줄도
422언제 끝날 줄도 모르는 나는
423꺼질 줄이 없이 불타는 태양(太陽)
424대지(大地)의 뿌리에서 지열(地熱)을 마시고
425떨치고 일어날 나는 불사조(不死鳥)
426예지(叡智)의 날개를 등에 붙인 나의 날음은
427태양(太陽)처럼 우주9宇宙)를 덮을게다.
428아름다운 행동(行動)에서 빛처럼 스스로
429피어나는 법칙(法則)에 인도(引導)되어
430나의 날음은 즐거운 궤도(軌道) 우에
431끝없이 달리는 쇠바퀴다.
432
433벗아
434태양(太陽)처럼 우리는 사나웁고
435태양(太陽)처럼 제 빛 속에 그늘을 감추고
436태양(太陽)처럼 슬픔을 삼켜버리자.
437태양(太陽)처럼 어둠을 살워버리자.
438
439다음날
440기상대(氣象臺)의 마스트엔
441구름조각 같은 흰 기(旗)폭이 휘날릴게다.
442
443(폭풍경보해제(暴風警報解除))
444쾌청(快晴)
445저기압(低氣壓)은 저 머언
446시베리아의 근방에 사라졌고
447태평양(太平洋)의 연안(沿岸)서도
448고기압(高氣壓)은 흩어졌다.
449흐림도 소낙비도
450폭풍(暴風)도 장마도 지나갔고
451내일(來日)도 모레도
452날씨는 좋을 게다.
453 
454(시(市)의 게시판(揭示板))
455시민(市民)은
456우울과 질투와 분노와
457끝없는 탄식과
458원한의 장마에 곰팡이 낀
459추근한 우비(雨備)를랑 벗어버리고
460날개와 같이 가벼운
461태양(太陽)의 옷을 갈아 입어도 좋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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